로토루아에서 만난 마오리의 맛, 그리고 사람들
– 마오리 요리 식당 3곳에서의 짧고 깊은 기록
로토루아에 도착한 그날, 뜨끈한 지열 냄새와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 도시엔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예감이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 있는 문화가 숨 쉬는 곳. 그리고 나는, 마오리 요리를 통해 그들의 삶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숲속 마을의 밤 – 미타이 마오리 빌리지
첫 식사는 미타이 마오리 빌리지에서 시작됐다. 정갈하게 정비된 숲길을 따라 들어선 순간,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마오리 전통가옥과 사람들이 나를 반겨줬다. 본격적인 디너 전에 펼쳐진 마오리 전사들의 카누 퍼포먼스와 하카(Haka)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분을 안겨줬다.
그리고 항이(Hangi) — 지열을 이용해 땅속에서 천천히 익힌 마오리 전통 음식. 닭고기와 양고기, 쿠마라(고구마)와 감자까지, 거칠지 않지만 담백한 그 맛은 마치 자연이 직접 요리해준 느낌이었다. 공연과 식사가 어우러지는 그 밤은 '식사'를 넘어선 경험이었다.
관광객이 많아 다소 정형화된 느낌도 있었지만, 처음 마오리 문화를 접한다면 이보다 완벽한 입문은 없을 것이다.
온천과 예술 사이 – 테 푸이아의 품격
다음 날, 나는 테 푸이아에 들렀다. 이곳은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마오리 문화의 보고였다. 공예 작업장이 있고, 키위새 보호소가 있으며, 무엇보다 거대한 페후에라 간헐천이 바로 곁에 있었다.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비일상의 경험이었다.
레스토랑은 뷔페 스타일. 항이는 물론이고 마오리 풍으로 재해석된 생선 요리, 구운 채소, 디저트까지 다양했다. 미타이에서 느꼈던 전통적인 터치보다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성이 인상적이었다. 음식 맛은 물론 훌륭했고, 주변 풍경 덕분에 자연 속에서 고급 식사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커플, 가족 여행자 모두에게 잘 맞는 장소. 나는 이곳에서 여행의 절반쯤이 흘렀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꼈다.
로컬의 진심 – 카이 오 마오리 ('Kai o Māori')
여행 마지막 날, 사람들에게서 입소문을 듣고 시내를 벗어나 ‘카이 오 마오리’를 찾았다. 작고 소박한 외관, 환하게 웃는 주인의 인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여긴 공연도, 투어도 없지만 ‘진짜’ 마오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항이는 아주 정직했다. 간이 세지 않고, 모든 재료가 본연의 맛을 지키고 있었다. 따뜻한 수프와 홈메이드 디저트는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처럼 정겨웠다. 주인은 조리법에 대해 설명해주며 “마오리 음식은 가족을 위한 요리예요”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여기서의 식사는 관광이라기보다는, 잠시 마오리 가족의 식탁에 앉았던 시간이었다. 이질적인 도시 여행 중, 가장 사람다운 순간이었다.
떠나며 – 음식은 문화를 담는 그릇
로토루아에서 만난 세 식당은 모두 ‘항이’를 팔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 미타이는 ‘첫 만남’에 어울리는 화려한 무대와 전통.
- 테 푸이아는 문화와 미식이 품격 있게 어우러진 복합 경험.
- 카이 오 마오리는 사람 냄새 나는, 진심 어린 식사.
내게 로토루아는 더 이상 온천과 간헐천의 도시가 아니다.
그곳은 마오리의 삶과 철학이 배어 있는, 요리의 도시다.
그리고 나는 그 맛을, 사람을, 그리고 사랑을 배워간다.
이 여행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